러시아의
군자금 조달
우크라이나 침공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 아시아
치솟는 식량 가격. 텅 빈 식료품점 선반. 차단된 가스 펌프.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아시아에 사는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이자 2월 말 시작된 전쟁이 불러온 도미노 효과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들을 지정학적 갈등의 무고한 희생양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동아시아 주요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의 화석연료를 수입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하고 5개월이 지났다.
이번 침공으로 수천 명의 시민이 사망하고 마리우폴 등 주요 도시가 파괴되었다. 난민 수천만 명이 주변 국가로 피난을 갔다. 경제학자들은 우크라이나 경제 재건에 약 1조 유로가 들 거라고 추정한다.
우크라이나 침공과 화석연료의 연결고리
각국 지도자들은 에너지 안보, 경제 개발, 환경 및 기후 보호라는 세 가지 에너지 목표를 위해 분투하고 있다. 에너지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특히 고민이 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여기에 한 가지 목표를 추가한다. 바로 국제사회의 정의다.
첸웨이밍
델라웨어 대학 정책과학자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 규모로 살펴본 동아시아의 역할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국
2022년 7월 31일 자료
일본
일본은 러시아 석탄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수입하고 LNG를 네 번째로 많이 수입한다.
대만
러시아 석탄 수입 규모 5위, LNG 수입 규모 8위를 차지한다.
한국
러시아 석탄 및 LNG 수입 규모 7위 국가다.
화석연료가 향하는 동아시아 항구
한국: 러시아 원유의 주요 허브
한국, 여수 –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관광지인 여수는 중국, 네덜란드, 벨기에 항구에 이어 세계에서 러시아산 원유를 다섯 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항구다.
대만: 러시아산 석탄 수입 1위
7월 31일 현재, 대만 카오슝항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양의 석탄을 수입하는 항구다.
일본: LNG 최대 수입항 소재지
일본 기사라즈항은 유럽과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LNG를 아홉 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항구다.
러시아산 화석연료의 최대 고객인 동아시아 기업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월 24일부터 7월 31일까지, 한국, 일본, 대만 기업 30개사 이상이 러시아로부터 화석연료를 사들였다.
상위 10개 기업은 아래와 같다.
일본
대만
한국
상위 10개 기업에는 세계 최대 철강사 중 하나(포스코)와 일본 최대 에너지기업(JERA)이 포함되어 있다. JERA는 일본 프로야구 리그의 후원사이기도 하다.
상위 10개사 외에도 러시아산 화석연료를 수입하는 기업으로는 미쓰비시 머티리얼, 스미토모 오사카 시멘트, 현대제철, 일본제철 등이 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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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명을 확인한 곳만 명시함. 이름을 식별할 수 없는 기업은 목록에서 제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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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기업만 포함함. 즉, 나열된 기업보다 많은 화석연료를 수입한 ENEOS은 명단에서 제외함.
아래 슬라이더를 움직여 대만, 일본, 한국의 업체들이 수입한 화석연료의 규모를 확인할 수 있다.
동아시아 기업들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 필요성을 외면하고 있다.
기업들이 러시아산 수입 전면 중단을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일부는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중단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예를 들어, 익명의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월 한국전력공사(KEPCO)는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줄이고 수입원을 ‘다양화’하기 시작했다. 3월과 4월, 일본의 큐수전력과 ENEOS는 러시아산 원유와 석탄을 더 이상 구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본 석유제품 업체인 타이요석유는 일본 정부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 결정에 따라 러시아산 원유 신규 구매 계약 체결을 중단했다. 대만의 국영 가스기업 CPC코퍼레이션은 3월에 만료된 러시아와의 LNG 5년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지난 5월 러시아 항구에서 수입(현물거래 추정)한 것을 CREA가 포착한 바 있다.)
하지만 7월 31일 기준으로 위에 명시한 다른 기업들은 러시아산 수입 중단에 관한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러시아산 LNG/석탄을 많이 수입한 상위 10개 업체가 모두 일본, 한국, 대만 기업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후 이들 기업의 수입 규모만 총 50억 유로가 넘는다. 이들 국가가 수입 전면 중단 조치를 취하는 것은 도덕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에너지를 이용한 협박을 방지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연말까지 유럽연합 국가들의 러시아산 석탄/석유 수입 금지 조치가 발효되면, 동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산 화석연료 최대 수입국가가 될 수밖에 없다.
로리 밀리비르타
CREA 책임연구원
화석연료 소비는 세계 어느 곳에서든 불합리한 일이다. 아시아에서도 마찬가지다.
화석연료는 지정학적 갈등을 자극할 뿐 아니라, 동아시아를 포함한 세계 많은 지역에서 더 이상 경제성이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 LNG 가격을 기록적인 수준으로 상승시켜, 국내 에너지 공급을 LNG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일본, 한국과 같은 나라에 큰 타격을 주었다.
게다가 기후 싱크탱크인 카폰트래커이니셔티브(Carbon Tracker Initiative)의 202년 4월 8일 자료에 따르면, 아래 그래프와 같이 태양광 에너지는 이미 화석연료 에너지보다 더 저렴하거나, 2023(한국)~2025년(일본)이면 천연가스보다 더 저렴해질 것이다.
참고: 이 그래프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평균치를 보여준다.
유럽연합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중동을 탐색하는 것처럼, 한국도 비슷한 길을 걷고 왔다. 파이낸셜뉴스의 7월 기사에 따르면, 한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지난 5년간 계속 하락세였으나 올해 4.5% 증가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생산 비용이 석탄, 석유, 가스 생산비보다 낮아지는 지금, 화석연료 수입선을 바꾸는 것은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비용 측면뿐 아니라 장기적인 전 세계 안정을 위해서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원(SIPRI)에 따르면, 화석연료를 태워서 발생한 배출가스는 지구의 온도를 높이고, 이는 정치적, 사회적 시스템이 불안정한 국가의 식량 안보를 위협하고, 강제 이주와 갈등을 야기한다.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에너지 시스템만이 이 같은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화석연료에 대한 계속된 투자는 기후위기를 악화시키고, 각국의 대외 의존도를 높이며 독재 정권 발호의 토대가 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세계가 화석연료 없는 경제로의 에너지 전환을 받아들이고 재생에너지에 투자한다면, 투입한 비용보다 훨씬 큰 결과를 얻을 것이다. 또한 평화 공고히 하는 효과를 얻을 것이다.
플로리안 크램페
SIPRI 기후변화및리스크프로그램 디렉터 겸 선임연구원
화석연료의 대안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올해 6월 오스트리아 세계정상회의에서 재생에너지를 “21세기 평화계획”이라 지칭했다.
러시아산 화석연료에 쏟아붓는 동아시아의 자금을 줄이는 것이 첫 번째 단계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에너지 시스템 전반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해야 한다. 세계 평화와 기후변화 대응은 물론, 세계 경제 차원에서도 이 같은 전환이 요구된다.
과거 우리가 재생에너지에 크게 투자했다면, 화석연료 시장의 불안정성에 이처럼 심각하게 좌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에너지 안보, 안정적인 전력 가격, 번영,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지구를 위한 유일한 길은 오염을 유발하는 화석연료, 특히 석탄을 버리고 재생에너지 기반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멈추기 위한 각국 및 기업의 역할
러시아산 화석연료에 제재를 가하고 대체품을 찾는 노력은 대부분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실행 규모 및 일관성, 적용 범위가 충분치 않다. 아시아가 러시아의 군자금을 대는 것을 멈출 몇 가지 방안을 CREA가 제시한다.
러시아산 화석연료 구매자는:
러시아산 화석연료 구매를 전면 중단한다. 그래야 대러 제재의 효과를 높이고 러시아의 전쟁 의지를 꺾을 수 있다.
과도기적 시기에 전면적인 금지가 어렵다면, 러시아산 수입품에 관세를 도입해 소비 중단을 유도하고 현물시장에서 러시아 공급자에 지불하는 비용을 줄인다.
조속히 러시아산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를 절약할 계획을 수립한다. 이는 경제, 보건, 국가안보에 광범위한 이익을 가져올 것이다.